자살 예방 상담사의 하루, 누군가의 삶을 붙잡는 일
우리 사회에는 말 못 할 고민 속에 조용히 사라져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루하루 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자살 예방 상담사(운영자)입니다. 이들은 생명의 전화, 정신건강복지센터, 청소년 상담센터, 보건소 등 다양한 기관에서 활동하며, 위기의 순간에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역할이나 하루 일과가 어떤지 잘 모릅니다. 과연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을까요?
1. 자살 예방 상담사는 어떤 일을 할까?
자살 예방 상담사는 말 그대로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사람, 혹은 자살 위험에 처한 사람의 위기를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전화, 문자, 대면 상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상자와 소통하며, 필요한 경우 응급 개입, 병원 연계, 보호자 상담까지 수행합니다.
또한 지역사회 안에서 자살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자살 예방 교육 및 캠페인을 기획·진행하기도 합니다.
2. 하루 일과, 어떻게 시작될까?
상담사의 하루는 자살 고위험 대상자 점검으로 시작됩니다. 전날 야간 응급출동 상황이나 자살 시도자 병원 입원 정보 등을 체크한 뒤, 위험군 리스트를 갱신합니다.
이후 담당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방문 일정을 조율해 정서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한 경우 병원, 정신건강센터, 보호자와 연계해 안전 조치를 취합니다.
“안녕하세요, ○○님.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이 간단한 인사 뒤에는 수많은 신중한 판단과 정서적 배려가 숨어 있습니다.
3. 위기 대응, 긴장의 연속
상담 중에 자살 암시 발언을 들으면 즉각 위기대응 체계가 가동됩니다. 위치 파악, 119 출동 요청, 보호자 연락 등 신속한 판단과 조치가 필수입니다. 상담사는 감정을 흔들리지 않게 다잡고, 대상자의 의식을 유지시키기 위해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실제로 많은 상담사들이 “심장이 조이는 듯한 긴장감 속에서 일한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4. 감정노동자, 그들도 돌봄이 필요하다
자살 예방 상담사는 타인의 고통을 매일 듣고 받아들이는 직업입니다. 이로 인해 감정 소진(burn out)이나 상담자의 우울 증상도 종종 발생합니다. 따라서 기관에서는 정기적인 슈퍼비전(전문가 코칭), 심리검사, 집단상담 등을 통해 상담자의 정신 건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직업을 오래 지속하려면 심리적 회복탄력성과 자기관리 능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5. 한국 사회에서의 자살 예방 상담의 의미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노인, 청년, 청소년, 정신질환자, 1인 가구 등 다양한 계층이 자살 위험군에 속합니다. 이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존재가 바로 자살 예방 상담사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상담자’가 아닙니다. 생명의 등불이며, 위기의 순간을 지나온 이들의 지지자입니다.
그들의 존재는 우리 사회가 아직 사람을 놓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마무리하며
자살 예방 상담사의 하루는 조용하지만 치열합니다. 생명은 숫자로 측정될 수 없는 가치이며, 누군가의 삶을 붙잡는 이들의 노고는 반드시 기억되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만약 주변에 자살을 암시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먼저 상담기관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안내해 주세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다리 역할이 되어줄 수 있다면, 이미 또 하나의 생명을 살리는 길에 함께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