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사회복지 정책이 존재하는 이유는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해서인데, 정작 그 정책 자체가 형평성을 해치는 경우도 적지 않죠. 동일한 상황에 처한 사람인데도 거주 지역, 소득 산정 기준, 행정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혜택을 받는 모습을 보면, 과연 이 제도가 공정한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복지 정책의 형평성은 어디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1. ‘지역 격차’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서울과 지방, 수도권과 농어촌 간의 복지 격차는 여전히 큽니다. 예를 들어, 노인 돌봄 서비스나 아동보호기관 같은 인프라가 도시에만 몰려 있어, 지방 거주자는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의 기회 접근권 자체가 박탈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정부는 재정 투입을 단순히 인구 비례로 나누는 게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 해소 우선 원칙에 따라 배분해야 합니다.
2. 소득 기준의 현실화
많은 복지 정책이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별합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아주 미세한 소득 차이로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특히 비정규직,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불안정 소득계층은 소득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존의 기계적인 기준은 오히려 불공정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정성적 평가 요소와 함께, 소득 변동성을 반영한 유연한 기준이 도입될 필요가 있습니다.
3. 디지털 소외층 배려
복지 신청 절차가 대부분 온라인화되면서, 고령자, 저소득층, 장애인 등 정보 취약계층은 오히려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디지털 행정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야 할 것은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 보장입니다. 오프라인 신청 창구 확대, 상담 인력 확충,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가 병행되어야 진정한 형평성이 실현됩니다.
4. 복합문제 가구에 대한 맞춤형 접근 필요
현실에서 빈곤, 장애, 정신질환, 학대, 돌봄 공백 등 복합적인 문제가 중첩되는 가구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복지정책은 단일 문제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어, 이런 가정은 ‘어느 정책에도 속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형평성 제고를 위해서는 단순한 서비스 확대가 아니라, 통합적이고 맞춤형인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예산은 조금 더 들더라도,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5. 정책 수혜자 중심 설계로 전환해야
지금까지의 복지정책은 공급자 중심이 많았습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의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현장의 목소리는 종종 묻히죠.
정책 수혜자의 실제 삶, 경험, 불편함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정책 설계 단계부터 당사자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공청회나 의견 수렴 절차가 형식적이지 않고 실질적인 반영 수단으로 작동해야 하며, ‘받는 사람 입장’에서 설계된 정책이 형평성 실현의 핵심입니다.
헌신적인 봉사
복지는 숫자가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형평성은 단순한 동등한 분배가 아니라, ‘공정한 기회’와 ‘적절한 지원’이 함께 가야 합니다. 사회복지 정책이 진짜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똑같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필요에 따라 나누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진짜 형평성은 제도와 마음이 함께 가는 데서 시작됩니다.